“
위증죄 처벌받게 되나요?
”
A. 재판이 끝난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이 당신을 위증죄 처벌해달라고 고소했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겁니다.
실제로는 거짓 증언을 한 적이 없더라도, 고소만으로도 수사 절차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억울한 상황이라도 당황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검사 시절부터 봐왔지만 사실 피의자, 피고인들이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을 상대로 보복성 고소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반인들은 증언만 잘하면 끝나는 줄 아는데, 법정에 선 순간부터는 형사 절차의 한 축에 들어선 셈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상대방이 억지를 부리며 고소하여 공포심을 유발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형식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 마음이 조금 덜 흔들립니다.
■ 위증죄 처벌 가능한 몇 가지 요건
위증이라는 건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때” 성립합니다.
즉, 선서를 하지 않은 참고인이라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거죠.
또 여기서 말하는 ‘허위’는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 아닙니다. 판례는 “기억에 반하는 진술”일 때로 허위임을 판단합니다. 따라서 실제 내용이 거짓이라도 내가 사실로 알고 발언했다면, 거짓말로 볼 수 없는 것이죠.
이 점을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짓말이면 다 위증 아닌가요?”
하지만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릿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 경우, 그것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더라도 기억에 반하지 않는 이상 위증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면서 “모른다, 보지 못했다”라고 말하면, 그건 허위 진술에 해당하겠죠.
결국 중요한 건 증언자가 ‘자신의 기억에 충실했는가’입니다. 그러니 증언할 때 작은 표현 차이나 착오가 있어도 곧바로 허위 진술로 보지는 않습니다.
■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
사실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런 혐의는 참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당사자의 '말'과 '기억'이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사를 하게 된다면 다른 증거와 여러 증인의 진술을 종합해야 하고, 증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 맥락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는데, CCTV나 다른 증거로는 기억이 분명했을 상황이라고 보인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법원은 증언의 신빙성을 전체적으로 평가합니다.
실제 제 경험상,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법정에서는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원은 위증죄를 쉽게 인정하면 증언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검사들도 무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인 만큼 쉽게 기소할 수 없습니다. 또한 단순히 상대방이 억울하다며 처벌을 구하는 고소를 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죄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 수사 절차와 대응 방법
고소가 들어오면 경찰은 일단 조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조사’일 뿐, 유죄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에서 중요한 건 일관성입니다. 그날 재판에서 어떻게 증언했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차분히 설명하면 됩니다.
괜히 긴장해서 말을 바꾸거나 과장하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조사 전에 당시 증언을 정리한 메모를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경찰에서도 조사 때 안내 자료를 나눠주니 그 종이에 쓰셔도 되고요. 애초에 정리하라고 따로 양식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혼자 가기 불안하다면 변호사가 동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변호사가 있으면 질문이 모호할 때 정리를 해주고,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답변을 조율해 줍니다.
물론 애초에 허무맹랑한 고소 내용이라면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는 단순 진술 조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요.
다만, 조금이라도 혐의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면 선임이 아니더라도 상담을 먼저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저라면 굳이 선임할 필요 없는 사건에 선임하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제 역량이 더 요구되는 사건에 집중하고 있고요.
🚨 위증죄 처벌이 두려운 분들께
말씀드린 것처럼, 이 죄는 생각보다 성립이 어렵습니다.
기억에 반하는 명백한 거짓말이 입증되지 않으면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억울하다고 주장하거나, 진술이 일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수사 절차에 들어가면 생활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불필요한 두려움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히 사실대로 설명하는 게 최선입니다.
다만 혼자 감당하기 벅차다면, 제가 물어보십시오. "맞는 건 맞다, 아닌 건 아니다." 확실히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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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 검사출신변호사 추형운